작년 말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읽고 있다.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개봉 전에 읽고 싶어서 시작했고, 기왕 읽는 거 일리아스도 함께 시작하게 된 것. 연대기 순서가 일리아스가 먼저라고 해서 그쪽부터 읽었다.
일리아스가 839쪽, 오뒷세이아가 672쪽. 진도가 정말 안 나간다.
분량이 많은 거 뿐만 아니라 서사시 특유의 문체가 읽기를 더디게 한다. 특히 서사시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같은 인물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지칭한 게 읽는 속도를 느리게하는 큰 이유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를 한 번 부른 뒤에는 '펠레우스의 아들', '아이아코스의 후손' 하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 그러면 '아이아코스의 후손이 누군데? 그리고 아이아코스는 누구였지? 앞에서 언급된 적이 있나?' 하고 클로드한테 묻고 오느라 시간이 걸린다.
또한 책이라는 게 한 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읽는 게 아니라 짬날 때 한 챕터, 두 챕터씩 읽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이전 챕터에서 읽었던 이름이 다시 나와도 누군지 가물가물하다. 게다가 이름도 비슷하다. 나는 디오메데스, 메넬라오스, 이도메네우스가 헷갈리더라. 심지어 아이아스는 동명이인으로 둘이나 있고 그 둘이 붙어 다닌다.
그래도 지금 일리아스는 완독했고, 오뒷세이아는 약 60%쯤 왔다. 오뒷세우스와 텔레마코스가 구혼자들을 슥삭하기 직전 시점이니 끝이 보인다. 놀란의 오디세이가 올해 7월 개봉이라니 느긋하게 읽어도 그전에는 다 읽을 듯.
책 내용과는 별개로, 나는 교보ebook으로 아이패드 미니에서 읽는 중인데 교보ebook 진짜 별로다. 평소엔 리디를 쓰지만, 천병희 교수 번역본이 e북으로는 교보에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일리아스랑 오뒷세이아 두 책 모두 이미지 공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이는 아마도 호메로스의 두 책이 일반적인 책의 형태가 아니라 행수가 표기된 책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엣지케이스 대응했어야지…) 오뒷세이아는 중반부터 주석 처리에 문제가 있다. 주석 번호가 잘못 표기돼 있고, 주석을 눌러도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