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다. 내가 갔던 곳은 미국 미시간주인데, 심심하고 할 것이 없는 황폐한 곳이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갈 때 말고, 평소 어학 수업을 듣는 날은 할 것이 없이 지루하게 지내야 했다.
천성 아싸라 그런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때 시작한 것은 두 가지였다.
1. 스케이트보드 타기
2. 영어 독해 공부하기
스케이트보드는 내 최애 영화인 <백 투 더 퓨쳐>와 <심슨 가족>을 보았을 때부터 타보고 싶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스케이트보드가 별로 보편화되지 않았는데, 미시간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심심한 곳이다 보니 길거리에서도 타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르쳐주는 사람 하나 없이, 동네 로컬 스케이트보드 샵에 가서 보드를 사고 경사로에 보드 올려두고 허우적거리며 중심 잡는 법을 익혔다.
요새도 가끔 타긴 하는데, 잘 못 탄다.
"영어 독해 공부하기"라고 써두니 뭔가 대단한 학구열을 지닌 사람 같다. 사실 그렇게 숭고한 목적은 아니고, 앱등이로서 애플 관련 뉴스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싶어서 몇몇 영문 블로그를 RSS 구독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마 가장 먼저 구독을 시작한 것이 John Gruber의 Daring Fireball이나 Jim Dalrymple의 Loop Insight 같은데, 이러한 블로그의 특성상 다른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의 글을 링크하여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보니 '오 여기도 재밌어, 구독해야지'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져서 나중에는 내 구독 리스트가 거의 영미권 IT 뉴스 전반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 시간 투자해서 읽었고, RSS로 구독했기 때문에 가끔 바빠서 며칠 밀리게 되더라도 나중에 시간을 내서 꼭 다 챙겨 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해서 뉴스 구독을 해오다가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바빠지니 2015년 초 정도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퇴사를 하였습니다. (방긋)
퇴사한 바로 다음 주부터 시작한 것은 그만두었던 구독을 재개한 것이다. 오랜만에 글을 읽으니 너무 재밌다. 한국에서는 별로 화제가 안되어서 모르고 지나갔을 신기한 증강현실 고글 기계 이야기, 그냥 스트레이트 기사로 쳐내도 될 마이크로소프트의 해저 서버 설치 소식을 약빨고 쓴 기사처럼 써내는 The Verge의 글, 아마존에서 개그 실력을 뽐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 등..
그리고 이런 세상의 재미진 글을 혼자만 읽거나, 휘발성 있는 페이스북에 그때그때 올리는 것이 아까워서, 읽은 글을 소개해주는 큐레이션 방식으로 뉴스레터 형식으로 운영해보려고 한다.
뉴스레터의 이름 "Yunfeed"는 제목 짓는데 큰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Yun + Feed를 합친 것 뿐이다.
Yunfeed는:
- 발송 주기: 비정기적, 주 1회 발송을 목표로 하고 있음
- 콘텐츠 내용: 주로 읽은 기사 중 재밌는 것을 갈무리하여 링크 + 내용 요약 + 간단한 의견 정도로 구성
- 별로 잼난 뉴스가 없거나, 어디 놀러가거나, 귀찮아지면 안보낼 수도 있음
혹시 내가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관련된 재미난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럼 바로 아래부터 첫번째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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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feed 001
1. 정부를 전복시킨 서체, Calibri
파키스탄의 예전 국무 총리인 Nawaz Sharif는 파나마 문서 사건으로 그의 딸이 런던의 호화 저택을 소유한 것으로 연루되었다.
Nawaz Sharif의 딸은 2016년에 트위터를 통해 '그 저택의 실 소유주가 아니며 자기는 신탁 관리자(trustee)일 뿐이다.'라고 올리고, 이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저택에 대한 계약서의 서명된 페이지를 사진을 찍어 올렸다.
사진을 찍어 올린 문서에 사용된 서체는 Calibri라는 서체인데, 이 서체는 MS Words에서 2007년부터 기본 서체로 적용한 서체다. 문제는 서명된 날짜에 2006년이라고 적혀 있던 것!
따라서, 2006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Calibri 서체를 어렵게 공수해서 '그래, 계약서는 남들이 안쓰는 서체로 작성해야지'하고 만들었거나, 그냥 문서 자체가 위조거나.
이 문서 조작으로 인하여 Nawaz Sharif는 더욱 신용을 잃었고, 결국 국무 총리직을 박탈당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2. 판다는 쌍둥이를 낳아도 하나만 키웁니다.
판다는 번식하기 어려워서 인간이 열심히 양육하지 않으면 자연히 멸종될 종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러한 판다가 운좋게 쌍둥이를 낳을 경우, 어미 판다는 둘 중에 하나만 기르고 나머지는 버린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 청두 판다연구소에서는 어미가 쌍둥이를 낳은 걸 알아채지 못하도록, 하루에 10번씩 두 새끼를 바꿔치기해서 어미 품에 안기게 한다고.
참 손 많이 가는 동물이다.
3. 열쇠 없이 사는 사나이, 자신의 몸에 RFID와 NFC를 이식한 사람
신체 개조 전문가(?, Body modification expert) Russ Foxx씨는 왼팔에 NFC를, 오른 검지에 RFID를 심어버렸다.
지금은 우선 집 문을 열고,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정도...
사실 이 '신체 개조 전문가'가 신기한건, 영상을 보면 이 사람 머리에 악마 뿔처럼 뭔가를 심어두었다!!!
뭘 넣은건지 조금 궁금하고, 동영상 프로필을 가보니 뭔가 이식의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이 많은 것 같은데, 무서워서 틀어보진 못했다.
4. 뉴욕 공공 도서관, 인스타그램의 Stories 기능으로 소설 연재를 시작하다
첫 연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Instagram Stories의 탭하여 넘기기 방식으로 마치 전자책처럼 구현한 기능이다.
신기하고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이긴 한데... 이러한 부류의 시도가 나올 때마다 좀 궁금한건 '그래서 진짜로 이걸 교육적 의도로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뉴욕 공공 도서관 인스타그램 링크는 여기다.
5. 카카오톡 방탈출 게임이라고 들어봤니?
위 링크를 클릭하면 나오는 이미지의 힌트 (723-822,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울음소리)로 입장 암호를 입력해야한다.
방에 들어가면 공지로 다음 방 주소를 적어두었다. 이렇게 차례대로 다음 방의 암호를 입력하며 이동하는 방식.
어찌보면 예전에 웹페이지 URL 마지막 문자열을 압호로 입력해서 이동하는 방탈출을 카카오톡으로 이식한 것 같은 느낌.
참고로 위 링크 (첫번째 문제)의 정답은 "lion", 7월 23일 ~ 8월22일에 해당하는 사자자리다.
그다음부터는 나도 못품.
4번 인스타그램 소설 연재와 더불어 이 카카오톡 방탈출이 흥미로운 이유는, 플랫폼 제작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시도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6. 달을 소유한 자
달은 누구 소유인가?
UN이 1967년 제정한 "Outer Space Treaty"에 따르면 "어떠한 국가도 달을 소유할 수 없다."라고 못박아두었지만, 개인이 하지 말라고는 안했다.
Dennis Hope이라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께서는 이 약점을 이용해 UN과 미국 정부, 러시아 정부에 자신이 달을 소유하고 재판매할 권리를 주장하는 문서를 보냈고, 그 누구도 명백하게 반대 의사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Hope씨는 달의 땅을 1에이커 (약 1,224평)에 25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고 판매 보증 문서까지 보내준다.
지미 카터, 로날드 레이건 등 유명 인사도 이미 Dennis Hope을 통해 달의 땅을 샀다고.
- Lunar Embassy에 가면 당신도 달 구매가 가능하다.
- 한국어 페이지도 있는데, 어떠한 이유인지 한국어 페이지에서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아마 공인인증서 때문일 것 같다 (...)
- 한국어 페이지 푸터에 기재되어있는 한국어 루나엠버시코리아 대표자 정겨운씨는 뭐하는 분일까?
7. 나비스코 사의 과자 '바넘의 동물 크래커' 패키지의 이미지가 변경되다.
이전까지는 감옥에 갇혀있는 동물 이미지였던 패키지,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가 감옥에 갇힌 동물을 해방하라는 요구에 맞추어 이제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패키지로 변경되었다.
8.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에 빠진 사람, 그리고 반타블랙
시카고에 가면 다들 한번쯤 보게되는 AT&T 광장의 <클라우드 게이트>로 유명한 아니쉬 카푸어는 "반타블랙(Vantablack)"이라는 물질을 사용해서 예술품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 반타블랙이라는 물질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매우 뛰어나서 마치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심연의 색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 물질을 사용한 그의 작품 중 하나 <Descent into Limbo>, 해석하면 '지옥으로 떨어지다' 정도가 되는데, 여기에 관람객 한 명이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2.5미터 깊이의 이 설치 예술물에 떨어진 사람은 다행히도 가벼운 부상으로 병원에서 금방 퇴원한다고.
여담으로 아니쉬 카푸어는 이 물질을 개발한 회사로부터 '해당 물질을 예술적 용도로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사들여서 다른 예술가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있다. 다른 예술가들과 과학자가 이러한 독점권에 반발하여 반타블랙과 거의 흡사하게 빛을 흡수할 수 있고 훨씬 더 저렴한 "Black 2.0"이라는 물질을 개발했고, 이 물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 보면 "아니쉬 카푸어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조목조목 표기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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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뉴스레터를 쓰고 나니...
- 이거 처음부터 너무 힘뺐다. 담부터는 좀 더 드라이하게, 간결하게 가야지 (비장)
- 메일침프 첨 쓰는데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반대로 말하면 생각보다 많은 걸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것 같다.
- 근데 각주 기능은 없는 듯? 각주 너무 유용하고 쏠쏠한 기능인데 왜 안지원하냐!
- 마크다운도 지원 안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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